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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쓴이     관리자
작성일   2008.01.08 15:59:51
제목   (기사) 2008년 1월 8일자 한국경제 산업(벤처,기술) A18면

[기술혁신으로 中저가품에 맞선다] (5)

중국 경쟁 업체를 녹아웃시킨 회사는 특수윤활유 전문업체인 장암엘에스(대표 구연찬.66).자동차 휴대폰 PDP 완구 등에 쓰이는 300여종의 특수 윤활유를 다품종 소량 생산하는 중소기업이다.

리콜 파동을 겪은 중국 자동차부품 업체들은 특수 윤활유 시장을 차지하기 위해 장암엘에스를 중국으로 유치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중국 정부를 동원,공장 부지 무료 제공 등 파격적인 인센티브를 내걸었지만 장암엘에스 측은 "기술 유출이 뻔한 공장 이전은 안 된다"며 거절했다.

장암엘에스는 중국에는 족탈불급인 기술을 어떻게 확보한 것일까.
구연찬 대표는 '민감한 제조 공정'이 열쇠라고 말했다.
"특수 윤활유는 시행착오 산업입니다. 기계나 전자 제품처럼 회로도를 베끼거나 금형을 본떠서 찍어낼 수는 없어요. 직접 겪어 보지 않고는 모르는 비밀들이 너무 많아서죠."
첨가제를 넣는 순서나 반응기의 회전 프로펠러 두께,회전 각도에서도 결과물이 달라진다는 얘기다. 날씨에 따라 완전 딴판인 제품이 나오기도 한다.

구 대표는 반복되는 시행착오로 아파트는 물론 자식들의 돌반지까지 몽땅 날리는 좌절을 경험했지만 돈으로도 바꿀 수 없는 자산을 쌓았다고 회고했다.
그는 "지금 상태라면 중국은 우리 수준의 제품을 죽어도 못 만든다"며 "중국이 최소한 10년을 좌충우돌해야 흉내 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계 시장에서 장암엘에스는 셸 다우코닝 GE 도시바 등 세계적 윤활유 회사들에 '눈엣가시' 같은 존재다.

1980년대만 해도 일개 수입업체였던 장암엘에스는 1990년 초 자체 생산을 선언한 지 얼마 안 돼 자동차와 전자 제품의 윤활유 등 까다로운 특수 윤활유를 척척 개발해 냈다.
기존 제품보다 품질은 뒤지지 않으면서 20~50% 싼 가격으로 시장을 파고들었다.
1997년 장암엘에스가 개발한 열전도성 그리스(Grease)인 '히트싱크 콤파운드'는 당시 ㎏당 수입 가격이 8만원에 달했던 외국 제품을 1만5000원까지 끌어내렸다.
TV 브라운관 및 PDP 화면 전원이 1~2초 내에 빨리 들어오도록 돕는 이 특수 윤활제의 등장으로 외국 회사들은 '땅 짚고 헤엄 치며' 누리던 이익의 90% 이상을 잃었다.
장암엘에스는 2006년에는 자연 상태에 노출됐을 경우 20일 안에 분해되는 생분해성 친환경 윤활유를 세계 네 번째로 개발했다.

지난해에는 폐유를 활용한 고품질 그리스 개발에도 성공했다.
이러는 중에도 자사보다 앞선 기술을 가진 해외 유명 업체와는 악착같이 거래를 터 기술을 익혔다.
1990년 초 "기초 지식만 알려 달라"며 제휴 관계를 맺은 독일 회사에 10년간 직원 파견을 허락받았다.
이 독일 회사는 2000년 초 장암엘에스의 충남 아산공장 준공식에 축하 사절로 방한했다가 "호랑이 새끼를 키웠다"며 교류를 끊어 버렸다.
지난해엔 연매출 수십조원인 글로벌 화학회사 R사의 고위 임원이 서울 영등포 장암엘에스 본사를 찾았다가 무안을 당했다.

장암엘에스의 지난해 매출 161억원의 5배인 800억원을 제시하며 회사를 팔라고 제안했다가 그 자리에서 거절당했기 때문.
현재 미국 일본 독일 등 윤활유 선진국이 세계 시장에 유통시키는 윤활유의 종류는 무려 3000여종.장암엘에스 제품 수의 10배나 된다.
그만큼 방어보다는 공격의 기회가 더 많다고 구 대표는 강조한다.
해마다 20~30%씩 성장하는 중국 시장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첨단 산업이 성장할수록 윤활유 수요도 늘어납니다.
중국 업체들이 완제품 저가 전략을 유지하기 위해선 싫든 좋든 우리 제품을 더 많이 써야 하죠."

장암엘에스는 앞으로 가격보다는 품질로 승부한다는 전략이다.
이를 위해 우주항공 조선 등에 쓰이는 고부가가치 윤활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지난해 연구개발(R&D)에 매출액(161억원) 대비 11%인 18억원을 투입했다.
이는 웬만한 중소기업의 3~4배에 이르는 규모다.

구 대표는 "2~3년 내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할 신소재 개발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라며 "중국이 이 소재 때문에 또다시 수십 년을 고생하게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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